하늘에서 바라본 무섬마을의 모습이 주변 숲과 백사장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있다.(사진/무섬마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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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조명아래 아이들이 즐겨 찾는 놀이공원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전통 문화를 배울 수 있다. 또한 이웃 간의 소중함이 잊혀 가고 있는 지금, 지나가는 나그네라도 물 한 모금과 따뜻한 아랫목을 내어줄 수 있는 고향 같은 인심(人心)이 있다.
시골마을은 우리에게 아무 조건 없이 많은 것을 안겨준다.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걸음걸음 마다 푸른 소리로 가득하다. 유서 깊은 마을의 유래나 예부터 전해오는 이야기를 듣고 상상해보는 것 역시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한걸음에 경북의 명품(名品)마을을 찾아 달려갔다. 대자연과 함께 시골의 정겨움과 넉넉한 인심이 가득한 역사 속으로. <편집자 주>
경상북도 영주 무섬마을에 들어서면 금빛 모래밭에 물새들이 나래를 펴는 풍경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이 곳은 내륙지방에서 만나는 섬마을이다. 원래 이름은 ‘물섬마을’이었다.
무섬마을에 들어서면 마을을 품은 산과 물줄기의 절경에 놀라고, 마을 전체를 안고 있는 고택에 다시 한 번 놀란다. 또 마을의 자랑인 외나무다리를 보고 놀란다. 가마를 타고 무섬 마을로 시집온 여성은 죽어서 상여를 타야만 되돌아갈 수 있다는 전설이 맺힌 다리이기도 하다.
◆ 물위에 떠 있는 섬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무섬마을 외나무다리가 길게 늘어져 있다.(사진/무섬마을,최재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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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섬마을의 행정구역상 명칭은 수도리(水島里)로, ‘물위에 떠 있는 섬’이다.
그러나 진짜 섬은 아니다. 강물이 마을 전체를 휘감아 돌아 나가는 형상이 마치 물속의 섬 같아 ‘무섬’이요, ‘수도(水島)’라고 한다.
지금은 콘크리트 다리가 놓여 있지만, 30년 전까지만 해도 무섬마을과 바깥세상을 연결하는 통로는 S자형의 긴 외나무다리가 유일했다.
이 다리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외나무다리는 폭 20~25cm에 길이 150m, 높이는 하천바닥에서 60cm로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만큼 좁다. 마주 오는 사람이 비켜 갈수 있게 ‘비껴다리’가 놓여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무섬마을의 외나무다리는 드라마와 영화, 광고 속 아름다운 배경지로 선택돼 많은 이들이 찾는 명소가 됐다.
◆ 선비의 자취와 숨결이 느껴지는 곳
무섬마을의 전통 한옥 모습. 길게 늘어진 기왓장이 전통 가옥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사진/최재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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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무섬마을은 고즈넉하고 운치 있다. 마을길을 크게 돌아 걷다보면 곳곳에 푯말 위에 새겨진 시 한수는 마음의 여유를 더해 준다. 도포자락 휘날리며 말을 타고 가는 선비의 모습, 양반집 대문 앞에서 “이리 오너라.”고 부르는 소리까지 과거 선비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려 진다.
우섬마을의 입향조는 반남박씨의 박수로 1666년 처음으로 터를 잡았다. 이후 1757년 그의 증손녀 남편인 신성김씨 김대가 처가 마을에 자리를 잡은 이래 박, 김 두 성씨의 집성촌을 이루게 됐다.
반남박씨 입향조인 박수가 마을에 들어와 건립한 만죽재(晩竹齎)를 비롯해 총 9개 가옥이 경북문화재자료 및 경북민속자료로 지정되어 있으며, 역사가 100년이 넘는 가옥도 16채나 남아있어 조상들의 자취와 숨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오밀조밀한 초가집도 소박하고 아름답다.
김규진 가옥은 외양간을 사랑방으로 확장했으며 각 방에서 밖으로 향하는 문 앞에 쪽마루가 있다.
박덕우 가옥은 무섬마을 까치구멍집의 기본형이다.
판문으로만 외부 출입하는 다른 지역의 까치구멍집과 달리 방에서 외부로 드나들 수 있는 문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옥 숙박 체험을 할 수 있는 곳도 있다. 사전에 문의하면 만죽재, 박종우 가옥, 김뢰진 가옥 등에서 묵을 수 있다.
◆ 퇴계의 밥상 재현한 전통의 맛 ‘무섬골동반’
한 상 가득 차려진 골동반의 뷔빔밥과 무섬선비정식이 침샘을 자극하며 입맛을 자극시킨다.(사진/최재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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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에는 이제 무섬마을을 넘어 영주의 명소가 된 무섬골동반(骨董飯)이라는 향토음식점도 있다. 전통가옥에서의 정갈한 음식 한상에 남부러울 것이 없는 소문난 맛 집이다.
된장, 간장을 만들고 조청을 직접 고아 고추장과 초정효소 등 건강한 식재료만을 사용해 맛을 내는 저염식으로 유명하다.
대표 메뉴는 골동반(뷔빔밥)이다. 향토음식 디딤이 나물과 여러 산채 나물을 넣어 옛것을 살리면서 현대인의 입맛에 맞춘 영양식이다. 놋그릇에 담긴 다양한 야채에 밥 한 그릇 넣고, 직접 담근 고추장 한 숟가락 넣고 쓱쓱 비벼서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영주의 선비문화를 이끌었던 퇴계 이황 선생이 성리학을 집대성하며 소수서원 유생들과 즐겨 드시던 식사를 재현한 ‘무섬선비정식’도 추천 메뉴 중 하나다. 북어국과 10여 종류의 반찬이 한 상 가득 차려진다. 밥 한술에 고등어 속살을 얹어 먹는 맛은 산해진미를 품은 듯하다.
(출처-경상북도청)